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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이상시 성 호르몬에도 영향..난임 원인 가능성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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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임신을 계획하는 부부는 사전에 갑상선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대개 난임은 생식기관의 이상이 원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갑상선 질환 역시 임신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파워볼엔트리

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갑상선은 목 앞 중앙 후두와 기관에 붙어있는 4∼5cm의 작은 장기다.

갑상선에서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와 연계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때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경우를 갑상선 기능 항진증, 저하되는 경우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한다.

문제는 갑상선 질환이 성 호르몬에도 영향을 끼쳐 여성의 난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그레이브스병이 주요 원인으로, 자가 항체가 갑상선을 자극해 갑상선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하면서 나타난다.

체중이 감소하고 땀을 흘리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불순, 성욕 감퇴 등이 나타나면서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갑상선염을 비롯해 수술,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갑상선 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는 경우를 칭한다. 피로감이나 체중 증가, 변비, 부종 등의 증상과 함께 무월경, 생리불순 등의 배란 장애를 유발해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 역시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난임 위험이 커진다.

갑상선 기능 이상은 남성 호르몬 수치의 이상으로 이어져 발기 부전, 성욕 감퇴뿐만 아니라 정자의 수 및 정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임신을 계획하는 부부는 남녀 모두 갑상선 건강을 미리 살피는 게 좋다.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내과 박성운 교수는 “갑상선에 이상이 생기면 성호르몬에도 영향을 끼쳐 여성은 무월경과 생리 불순, 남성은 정자의 양과 질 저하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갑상선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전 검사에서 갑상선 기능 이상을 진단받았다면 먼저 질환을 치료하고 임신을 계획하는 게 바람직하다.

갑상선 질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정상범위로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 치료 중 임신을 했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끊는 것은 자칫 호르몬 수치의 급격한 변화로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박 교수는 “심장 두근거림이나 추위·더위를 쉽게 타거나 피로감 등 갑상선 기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고 평소에 관리하는 게 좋다”며 “이런 증상이 없더라도 오랜 기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나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갑상선 기능 이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내과 박성운 교수가 갑상선 초음파를 보고 있다. 2020.12.02. [차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내과 박성운 교수가 갑상선 초음파를 보고 있다. 2020.12.02. [차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andi@yna.co.kr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혜민 스님. /조선일보DB
혜민 스님. /조선일보DB

이른바 ‘풀소유’ 논란으로 속세에서의 모든 활동을 중단한 혜민 스님이 승려가 된 이후 미국 뉴욕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혜민 스님은 의혹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홀짝게임

2일 연합뉴스는 혜민스님이 승려가 된 이후 부동산을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등기 이력을 공개했다. 미국 뉴욕시 등기소 웹페이지에서 내려받은 ‘라이언 봉석 주(RYAN BONGSEOK JOO)’라는 인물의 부동산 등기 이력 문서를 분석한 결과 그는 2011년 5월 외국인 B씨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를 약 61만 달러(약 6억 7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라이언 봉석 주는 미국 국적인 혜민 스님의 속명이다. 혜민 스님은 명상 앱 ‘코끼리’를 출시한 주식회사 마음수업와 관련해서도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법인 등기부 등본에 ‘대표이사 미합중국인 주봉석(JOO RYAN BONGSEOK)’으로 기재한 바 있다. 뉴욕에 아파트를 사들인 라이언 봉석 주와 혜민 스님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이언 봉석 주와 B씨는 아파트 매입 당시 약 45만 달러(약 5억원)를 대출받아 매매 자금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이 매입한 아파트의 면적은 923평방피트로, 약 85.7㎡(25.9평) 넓이다. 현 시세는 2011년 매입가의 2배가량인 120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30층짜리 이 주상복합 건물은 2010년도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는 수영장과 헬스장을 갖췄고, 주변에 흐르는 이스트리버(East River)가 보이는 ‘리버뷰’ 조망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등기 이력에 두 사람이 주상복합 아파트를 사들인 기록만 있고, 매도한 기록이 없어 2011년 이후 계속 보유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들은 2006년 미국 뉴욕 퀸스지역 내 한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샀다가 수년 뒤 팔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뉴욕 브루클린의 주상복합 아파트 매입· 보유 의혹과 관련해 혜민 스님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여러 번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했다. 혜민 스님도 보도 이후 이날 오후까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혜민 스님은 1973년 대전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하버드 대학원에서 석사,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뉴햄프셔대 교수를 지내다 한국에 왔다. 유학 시절인 1998년 휘광 스님을 은사로 뉴욕 불광사에서 출가했다.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으며 예비 승려가 됐고,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고서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식 승려가 됐다. 조계종은 종단 법령인 ‘승려법’으로 소속 승려가 종단 공익이나 중생 구제 목적 외에 개인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혜민 스님은 최근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것이 방송에 공개돼 ‘건물주 논란’이 일었다. 이 주택은 2015년 8월 8억원에 사들였다가 2018년 3월 고담선원이라는 단체에 되판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고담선원 사찰의 대표자는 ‘주란봉석’이고, 이곳의 주지 스님은 혜민 스님이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인 현각(56) 스님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예인’ ‘도둑놈’ ‘기생충’ 등 원색적 용어로 혜민 스님을 비판했다.

혜민스님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5일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며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고 했다.

현각 스님은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우님’ 혜민 스님과 70분간 통화했다”며 “사랑, 상호 존중, 감사의 마음을 나눴다”고 밝혔다. 현각 스님은 영어로 쓴 이 글에서 ‘아우님’만 한글로 써서 강조해 사실상 화해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내가 조계종에 속하든 그렇지 않든, 혜민 스님은 내 영원한 진리의 형제일 것이고 그의 순수한 마음을 존중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대본 “이번 주말이 중대 고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랑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2일 학교 내 체육관에 차려진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랑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2일 학교 내 체육관에 차려진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만에 다시 500명대로 늘었다. 정부는 확산세가 억제되지 않는 위험한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주말이 확산이냐 진정 국면이냐를 가를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파워사다리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를 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511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는 지난달 26일 이후 400~5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한주간(11월26일~12월2일) 국내 지역사회 감염으로 발생한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471.9명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317.3명으로 66.5%를 차지했다. 비수도권에서도 경남권 54.1명, 충청권 43.1명, 호남권 37.1명, 강원권 13.0명 등으로 환자 발생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60살 이상 고령 환자는 같은 기간 하루 평균 102.4명이 나왔고, 위중증 환자도 이날 기준 101명으로 늘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뚜렷한 반전을 보이는 상황이 아닌 위험한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효과가 10~14일 뒤부터 나타났던 과거 경험과 달리 이번에는 더 천천히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거리두기 강화 뒤 이동량 감소 속도가 2차 유행 때보다 더디고, 환자 발생 규모가 더 큰 상황에서 거리두기 강화가 시작됐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11월28~29일) 수도권 휴대전화 이동량은 2767만건으로, 거리두기 1.5단계 적용 전인 2주 전 주말(11월14~15일)보다 23% 줄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 8월 거리두기 2단계 기간 중 주말(8월29~30일) 이동량 2504만건보다 높은 수준이다.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중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59개(1일 기준)로 전날 집계보다 7개 더 줄었다. 중대본은 “중환자 전담 병상을 지난 2주간 36개 추가 지정했고 이번주 안에 10개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상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도 워낙 확산세가 가파른 탓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7개뿐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는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들에 추가 중환자 병상 확보를 요청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보되었거나 확보 예정된 병상 가운데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 제공한 병상은 27개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새로 마련한 30개 중환자 병상은 아직 의료진이 확보되지 않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산이 가장 멋지게 보이는 곳에서 10년 전 벗들과

전북 진안 부귀산 전망대에서의 야영. 구름에 가려진 달이 운치를 더해주었다.
전북 진안 부귀산 전망대에서의 야영. 구름에 가려진 달이 운치를 더해주었다.

10년 전 결혼한 언니가 물려준 낡은 3인용 텐트를 들고 처음 백패킹을 시작했다. 동생인 김효주·송은미와 함께 한 주도 빠짐없이 전국의 산을 돌아다녔었다. 지금은 가볍고 성능 좋은 장비가 넘쳐나지만, 당시엔 기본 장비만으로도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2~3일에 걸쳐 느긋하게 산을 만끽할 수 있었다.능선 어딘가에 자리 잡고 밤하늘의 은은한 달빛과 별빛 아래에 텐트를 치면, 오롯이 우리만의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우리의 만남도 줄어들었다. 오랫동안 해외여행 하느라 멀어졌던 어느 날, 두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옛날 사진을 주고받던 우리는 백패킹을 가기로 했다. 틈틈이 백패킹을 즐겼다는 은미는 오랫동안 산을 놓고 살았던 효주를 위해 경치는 좋지만 오래 걷지 않아도 될 만한 부귀산을 추천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멋진 풍경이 더해져, 즐거움이 배가됐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멋진 풍경이 더해져, 즐거움이 배가됐다.

부귀산은 전북 진안군 진안읍과 부귀면의 경계에 있는 높이 806m의 산이다. 금남호남정맥의 일부로, 마이산~강정골재~부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동북쪽의 금강과 남서쪽의 섬진강으로 나뉜다. 산줄기는 북쪽으로 옥녀봉을 지나 운장산으로 이어지며, 서쪽은 질마재를 거쳐 주화산으로 이어진다.부귀산은 사지앙천蛇之仰天이라 하여 뱀이 하늘을 우러러보는 형상인 명당이 자리한 곳으로, 가뭄이 들면 진안 사람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내는 곳이었다. 산수山水가 좋아 천하명당 자리에 터를 잡은 부귀한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마이산도립공원에 근접해 있어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의 마이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일몰을 여유롭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백패킹의 매력 중 하나이다.
아름다운 일몰을 여유롭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백패킹의 매력 중 하나이다.

10년 전 백패킹 멤버들과의 만남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했지만, 차가 막혀 도로 위에 갇혔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진안에 도착했다. 우리가 계획한 숙영지에 누군가 먼저 자리하고 있다면 마이산이 보이는 멋진 풍경은 포기해야 했기에 조금 초조했다. 두남마을로 들어서니 막바지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한 듯, 커다란 은행나무가 황금빛을 발하며 이방인을 맞아 주었다. 다음날 비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맑은 오후였다. 마을을 벗어나 부귀산 임도로 들어서서 10여 분을 오르니 부귀산 전망대 주차장이 나왔다.차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했다. 바싹 마른 형형색색의 낙엽이 바스락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그리웠을 효주는 탭 댄스 추듯 박자에 맞춰 낙엽 위를 누비고 다녔다. 흥이 많은 은미도 신바람이 나서 효주의 장단에 맞춰 발을 굴렀다.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파른 산을 오르면서도 눈만 마주치면 깔깔대며 즐거워하던 초보 백패커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떨어져 있던 7년 동안에도 계속 산을 올랐던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그녀들에겐 잊혀진 즐거움이었다.월요일이 되면 의무적으로 출근하듯, 주말이 되면 산으로 가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일상이 되었다. 국어 교사인 은미는 언어 자판기마냥 쉴 새 없이 미사어구를 쏟아내며 막바지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잊고 지냈던 나의 감성이 되살아났다.평소라면 산 위에 인위적으로 놓인 나무계단이 입안의 보철처럼 거슬렸겠지만, 가파르게 시작되는 오르막을 보니, 그녀들에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의 끝에서 이어지는 된비알은 낙엽이 쌓여 미끄러웠다.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롤러코스터처럼 발끝에 힘을 주고 깊은 날숨을 뱉어내며 등산스틱으로 힘차게 밀어 올렸다.가을 단풍의 감성에 젖어 있던 근육이 바짝 긴장한 듯 경직되는 게 느껴졌다. 내가 미끄러운 비탈과 싸우는 동안 그녀들은 이미 전망데크에 도착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이 아니라 나를 걱정했어야 했다.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우려와는 달리 전망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곧 해가 질 것 같아 멀리 보이는 마이산 구경은 뒤로하고, 배낭을 내려둔 채 정상을 향해 올랐다.가파른 길이 이어졌고 미끄러운 낙엽까지 더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두 번째 전망대도 비어 있었다. 붉게 치장한 첩첩 능선 너머로 우뚝 솟은 마이산은 내려오는 전설만큼이나 참으로 독특했다.옛날 두 아이와 살던 산신 부부가 하늘로 오를 때가 되자, 남신은 사람이 보면 안 되니 밤에 오르자고 했으나, 여신은 밤에는 무서우니 새벽에 일찍 오르자고 했다. 여신의 말대로 새벽에 오르게 되었는데, 물을 길러 나온 아낙이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 소리치는 바람에 승천하지 못한 채 굳어 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쪽의 수마이산은 아이들이 붙어 있는 형상이고, 서쪽의 암마이산은 죄스러워 머리를 떨군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렇게 독특한 형상으로 굳어버렸을까.마이산 주변은 운해가 자주 생기는데, 구름의 바다 위로 돌출된 두 봉우리가 마치 배의 돛을 닮았다고 해서 돛대봉이라 불린다. 여름에는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모습이 용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용각봉龍角峰으로,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처럼 보인다 하여 마이봉馬耳峰, 겨울에 눈이 내리면 마이봉에만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듯 검은 모습으로 보여 문필봉文筆峰이라고도 불린다.마이산도 올랐다면 좋았겠지만, 이번 여행은 그녀들과 만남이 목적이었으니, 이 정도로 만족했다. 가을의 마이봉을 감상하는 사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짧은 거리지만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서둘러 숙영지로 내려갔다. 텐트를 치고 나니, 벌써 산 아랫마을에는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지인들로부터 블루문(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과 핼로인데이가 19년 만에 겹치는 날이라며 연락이 왔다. 특별히 핼로인데이 준비를 한 건 아니지만, 랜턴으로 불빛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서, 핼로인데이에 걸맞게 호박 유령 사진을 찍었다. 완벽한 사진을 담아내는 데 오래 걸렸지만,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밝은 달은 천장에 달아놓은 랜턴처럼 밝게 빛났다. 다음날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들과 추억이 된 옛 산행 이야기를 하며 가을을 만끽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들과 추억이 된 옛 산행 이야기를 하며 가을을 만끽했다.

운해 맛집! 부귀산 전망데크다음날 새벽 눈을 떴을 때, 기대는 텐트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부서졌다. 그래도 운해를 기대하며 텐트 밖으로 몸을 내어 봤지만, 아스라이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옅은 구름만 머금고 있었다. 빗방울은 굵어졌고, 데크를 가득 메웠을 사진작가들도 없었다. 오히려 늑장을 부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누군가의 기척이 들릴 때까지 누워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다시 스르르 눈이 감겼다.꿈과 현실의 중간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때, 효주의 외침에 벌떡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갔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하얀 파도처럼 붉은 산 능선으로 운해가 덮쳤다가 부서지고 있었다. 꿈을 꾸는 듯 몽롱했다. 부귀산의 계곡이 용담호수로 뻗어 있어, 호수에서 생긴 운해가 계곡을 타고 부귀산은 물론 마이산을 비롯한 진안 전체를 뒤덮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사진작가들에게 사랑받는 운해 명소인 것이다.이 아름다운 광경을 우리만 독차지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고 좋았다. 날씨가 좋았다면 산그리메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었겠지만, 비 소식에 일출도 운해도 기대를 접었던 터라 기쁨은 배가 되었다. 바람에 일렁이는 구름 파도는 이따금씩 하얀 바다 위로 돛단배처럼 떠있는 마이산을 덮치려는 듯 부딪쳤다가 사라졌다. 코끝이 시린 차가운 가을 아침, 가을비는 잦아들고 상쾌함이 느껴졌다.오랜만에 자연으로 돌아온 그녀들은 물론 옛 추억에 흠뻑 빠진 나도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온 이야기를 모두 꺼내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제부터 다시 함께할 수 있으니 또 다른 백패킹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이 되면 당연히 떠나야 하는 의무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힐링으로.비에 젖은 텐트를 배낭에 구겨 넣으면서도 즐거울 정도로 말이다.

부슬비가 내리는 아침,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운해를 즐기고 있다.
부슬비가 내리는 아침,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운해를 즐기고 있다.

야영 정보■ 전북 진안군 부귀면 두남리 214-3 삼봉마을회관에 임도를 타고 2.5㎞를 올라가면 들머리가 나온다. 승용차로도 갈 수 있는 임도다.■ 주차장에서 전망데크까지 걸어서 15분 소요.■ 사진작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운해와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니, 텐트는 해가 뜨기 전에 철수하는 것이 좋다.Copyright (c) 월간山 All rights reserved.

주요 국가하천 설계빈도 200년→500년으로..도시 내 침수 우려지역 관리 강화
산지 개발 때 재해 위험성 검토 대상 확대..재해 의연금 상한액도 상향 조정

수위 상승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수위 상승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강수량 증가 등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대응해 주요 댐과 하천의 설계기준이 500년에 한 번 내릴만한 강우를 버틸 수 있도록 대폭 강화된다.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재해로 인한 사망 때 지급되는 의연금 상한액이 두 배로 상향되는 등 피해 복구 지원도 강화된다.

행정안전부는 2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에 따른 풍수해 대응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올여름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환경부·국토교통부·산림청·기상청 등 16개 부처가 참여하는 ‘풍수해 대응 혁신 추진단’을 꾸려 대책을 마련해왔다.

이번 대책은 ▲ 댐·하천 안전 강화 ▲ 급경사지 붕괴 방지 ▲ 도시 침수 예방 ▲재난 대응체계 개선 ▲ 피해복구 지원 강화 등 5대 추진전략으로 구성돼있으며,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댐·하천 안전 강화…홍수 방어능력 상향

정부는 우선 댐·하천의 설계기준을 상향해 홍수 방어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유역별로 증가하는 홍수량 가중치를 산출해 댐·하천 설계에 반영하고 이에 따라 주요 국가하천의 설계 빈도는 현행 100∼200년에서 500년으로 상향된다.

설계 빈도는 일정 기간 가장 많은 비가 내린 날의 강수량을 해결할 수 있는 용량으로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설계 빈도가 200년이라고 하면 지난 200년 중 하루 동안 기록한 최대 강수량을 문제없이 흘려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설계 빈도는 200년으로 설정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과거 200년을 뛰어넘는 폭우가 일상화될 조짐이 있어 500년 수준으로 높이기로 한 것이다.

또 하천의 홍수특보지점을 2025년까지 65곳에서 218곳으로 확대하고, 국지성 돌발홍수 예측을 위한 소형 강우레이더도 7기 추가 설치하는 등 홍수예보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다목적댐의 홍수기 제한 수위도 하향 조정된다.

홍수기 제한 수위는 홍수에 대비해 댐 수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이를 낮추면 더 많은 양의 빗물을 담아둘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섬진강댐부터 홍수기 제한 수위를 1.1∼2.5m 하향 조정해 시범 운영한다. 이를 통해 홍수 조절 용량이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또 퇴적량 증가로 저수용량이 감소한 영천댐과 대암댐의 경우 퇴적토를 제거하고 댐 방류 시 하류 지역의 주민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예고제도 도입한다.

현재는 3시간 전 방류계획을 통보하고 있으나 방류 가능성을 1∼2일 전 사전 예고하게 된다.

정부는 댐·하천·저수지 등과 관련된 취약·노후 시설을 보수·보강하는 등 재해예방 인프라도 확충하기로 했다.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스마트 상황관리체계 구축 [행정안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스마트 상황관리체계 구축 [행정안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급경사지 붕괴 방지…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법령에 따라 취약지역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사각지대를 2025년까지 전수 조사해 위험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관리체계를 재정비할 방침이다.

산지 개발 재해 위험성 검토 대상은 2만㎡ 이상에서 660㎡ 이상으로 대폭 확대된다.

이는 무분별한 산지 개발로 인한 산사태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태양광 시설 설치 사업의 경우 면적과 관계없이 재해 위험성 검토를 받아야만 한다.

정부는 또 산지와 급경사지, 도로 비탈면 등 붕괴 위험 지역에 대한 IoT 기반 관측 장비를 확충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둔치주차장 차량 침수위험 신속 알림 시스템 개요 [행정안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둔치주차장 차량 침수위험 신속 알림 시스템 개요 [행정안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시 침수 예방…지하차도 자동통제시스템 구축

도시에서는 침수우려 지역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상습 침수지역의 경우 현행 10∼30년이었던 하수관로 설계빈도가 30∼50년으로 상향 조정된다.

정부는 또 펌프장·하수도·하천 등 종합 정비가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마을 단위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풍수해 예방을 위한 정비사업이 부처별 단위 사업 위주로 추진됨에 따라 방재시설 간 연계가 미흡하고 사업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예방사업을 지역 단위 생활권 중심으로 전환해 종합정비사업을 확대 추진한다.

아울러 지하차도, 둔치주차장 등 침수 위험시설에는 자동 통제시스템이 구축된다. 자동 통제시스템이 구축되면 수위 측정장치에 의해 차단시설이 자동으로 작동하고 통제 상황을 관리자 등에게 전파하게 된다.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 [행정안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 [행정안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상예보체계 고도화 등 재난 대응체계 개선

첨단 ICT를 활용한 상황관리시스템·기상예보체계 고도화 사업도 추진된다.

정부는 전국 단일 재난안전통신망 및 지리정보시스템(GIS) 상황판을 활용해 유관기관 간 재난 현장 정보 공유·전파체계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또 자치단체의 기상관측장비 관리를 통합해 나가고, 고해상도 시공간 통합형 수치예보 모델을 2026년까지 개발해 더 촘촘하고 정확한 기상 감시·예측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재난대응체계상 읍·면·동의 책임·임무를 명확히 하는 등 정교한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피해복구 지원 강화

피해 복구를 위한 재정지원도 강화된다.

재난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의연금 지급 상한액이 사망 시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상향된다.

풍수해보험료 국비 지원율은 52.5%에서 70%로 올라가고, 보험 가입 소상공인이 지원사업을 신청하면 가점을 부여하는 등 피해자보호가 강화된다.

또 피해지역에 대한 신속한 국고 지원을 위해 올해 처음 시행한 ‘특별재난지역 우선 선포'(소요 기간 2주 이상→1주)를 제도화한다.

정부는 아울러 재난 수습에 필요한 자원의 신속한 동원을 위해 디지털 재난관리자원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민간 복구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재난관리 지원기업 지정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종합대책의 부처별 과제에 대해서는 안전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이행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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