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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5일 한국형 재정준칙 발표
홍남기 “채무 걱정” 속도조절 시사
예외 규정 둬 준칙 구속력 떨어질듯
與 “확장재정해야” Vs 野 “빚 줄여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다음 주에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을 일정 한도로 통제하는 재정준칙을 발표하기로 했다. 나랏빚이 과도하게 불어나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규정이 공개되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며 정부에 재정지출 확대를 압박하고 있어 재정준칙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올린 ‘직강 시리즈’ 영상에서 “위기 시에 재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의 책임성을 강화해 나가면서도 아울러 재정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과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재정준칙 도입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올린 ‘직강 시리즈’ 영상에서 “위기 시에 재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의 책임성을 강화해 나가면서도 아울러 재정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과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재정준칙 도입 입장을 밝혔다.

◇2022년 국가채무 1070조·연금부채 1000조 육박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2020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재정준칙 제정 계획을 밝힌 뒤 9개월여 논의 끝에 공개하는 것이다. 당초 9월까지 공개하기로 했지만 당정 논의가 길어지면서 추석 연휴 직후에 발표하는 것이다.파워볼게임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이나 재정수지 적자에 대한 상한선 등을 정해놓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을 비롯해 전 세계 92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걱정과 고민이 어느 부서보다 많다”며 재정준칙 발표를 예고했다.

올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GDP 대비 43.9%)으로 증가했다. 작년 국가채무(740조8000억원)보다 1년 새 106조원 넘게 급증한 수준이다. 확장적 재정으로 지출을 확대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59년 만에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로 가면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660조2000억원)보다 5년 새 410조원 넘게 급증한다. 기재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1년 945조원(GDP 대비 46.7%), 2022년 1070조3000억원(50.9%), 2023년 1196조3000억원(54.6%), 2024년 1327조원(58.3%)으로 급격하게 불어난다.

국가채무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연금부채도 재정당국이 고민하는 재정부담 중 하나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944조2000억원(공무원연금충당부채 758조4000억원, 군인연금충당부채 185조8000억원)에 달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말에 국가채무와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를 더하면 20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연금충당부채는 나랏빚인 국가채무와 개념이 다르지만, 연금충당부채가 늘수록 국민 부담도 늘어난다. 공무원 기여금(보험료), 사용자 부담금 재원도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미 공무원이 납부한 기여금보다 지급액이 많아 적자를 국고로 메우는 상황이다. 국고로 메운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는 작년에만 3조6136억원에 달했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을 통해 급격한 재정 악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5일 발표 예정인 재정준칙에는 △재정수지·국가채무 등의 수치를 시행령으로 규제하는 방식 △경기침체, 코로나19 등 재해가 있을 경우 예외 규정 적용 △의무지출 도입 시 재원 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하되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재정준칙 놓고 여야 공방 불가피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재정준칙”이라는 입장이지만, 예외 규정이 많아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규제여서 강제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파워볼사이트

재정준칙이 공개되면 정치권 공방도 가열될 전망이다. 여당에서는 재정준칙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시점에 재정준칙을 만들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과감한 확장재정정책”을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재정준칙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증가하는데도 이를 관리할 기준 자체가 없는 것은 큰 문제”라며 “시행령이 아니라 국가채무 비율을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통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준칙과 연금개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세상에 좋은 빚, 착한 빚은 없다”며 “국가 주도로 과도하게 재정을 남발할수록 미래세대와 기업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지속가능한 연금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자 상태인 공무원·군인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5년새 410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은 4차 추경 기준, 2021~2024년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준, 괄호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단위=조원, % [자료=기획재정부]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5년새 410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은 4차 추경 기준, 2021~2024년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준, 괄호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단위=조원, % [자료=기획재정부]
지난해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가 944조원을 돌파했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공무원 재직자·퇴직자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 시점에서 추산한 추정액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 이후에도 4년 새 284조3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기재부가 장기재정전망의 기준(임금·물가상승률 전망치)을 변경해 2019년부터 적용하면서 연금충당부채 증가세는 주춤해졌다. 단위=억원 [자료=기획재정부]
지난해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가 944조원을 돌파했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공무원 재직자·퇴직자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 시점에서 추산한 추정액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 이후에도 4년 새 284조3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기재부가 장기재정전망의 기준(임금·물가상승률 전망치)을 변경해 2019년부터 적용하면서 연금충당부채 증가세는 주춤해졌다. 단위=억원 [자료=기획재정부]

[진단, 코로나 경제대응]④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로 정부는 사상 최초로 전국민에 현금성 복지 혜택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4조3000억원(국비 12조2000억원, 지방비 2조1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투입해 소비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특단의 대책이었다. 재난지원금은 지난 5월 11일부터 가구원 수에 따라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 100만원이 지급됐다.파워볼사이트

전국민에 현금을 지급해 급격히 얼어붙은 내수 시장에 그나마 온기를 불어넣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투입한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이었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향후에도 선별 지원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복지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경기 강한 회복세… 지급된 지원금 99% 사용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5월과 6월 내수 시장의 소비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나타냈다는 점을 주목한다. 재난지원금 사용 시기였던 2분기(4~6월)에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전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5월과 6월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민간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각각 전달보다 4.5%, 2.4%씩 늘었다. 사실상 내수 붕괴를 막아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8월 31일로 사용기간이 끝난 재난지원금은 대부분이 실제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216만 가구에 총 14조2357억원이 지급됐고 이 가운데 카드 등으로 지급돼 사용현황 파악이 가능한 금액은 12조1273억원이었는데, 이 중 99.5%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원금이 가장 많이 사용된 업종은 ‘마트·식료품'(26.3%)이었고 대중음식점(24.3%)과 병원·약국(10.6%)이 뒤를 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으로 사용처를 명확하게 정하고, 기간도 정해놓아 돈이 그쪽으로 흐르는 것을 유도했다”면서 “GDP 등 여러 수치를 보면, 다른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설계를 잘 했으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의 효과 등을 의심하는 입장에선 2분기 평균 소비 성향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개선의 신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분기 평균 소비 성향은 67.7%로 전년동분기 70.2%보다 2.5%포인트(P) 하락했다. 한우 등 음식료품과 안경·가전제품 등 일부 내구재 등으로 소비가 몰리는 등 지엽적인 효과에 그쳤기 때문에 승수 효과(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떨어지는 정책이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취약 계층 중심으로 지급했더라면 승수 효과가 더 있었을 것”이라면서 “여력이 충분한 고소득자의 경우 추가적인 소비를 하기보다는 원래 쓰려고 했던 자금 대신 재난지원금을 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기 시 선별 복지 전략 세워야’ 숙제 던져

재난지원금 지급은 ‘기본 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의에 불을 붙였다. ‘누구나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기본소득은 실현 불가한 것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전국민에 현금을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으로 일시적이나마 기본 소득이 현실화되면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다. 21대 국회에는 역대 최초로 전국민에 매월 30만원 지급하자는 기본소득법안이 발의돼 있다.

사상 첫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선별 복지 시스템이 더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숙제를 던졌다. 당초 기획재정부가 ‘소득 하위 70%’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여당의 압박에 전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하위 70%를 선별하겠다며 기준을 2020년 3월 건강보험료로 잡았는데, 건보료로는 정교하게 지원 대상을 구분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산은 많지 않으나 맞벌이를 하고 있는 부부가 고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은 적은 사람에 비해 건보료를 많이 내 대상에서 탈락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또 자영업자 대부분이 가입한 지역가입자의 경우 1~3월에 소득이 없었더라도 정작 건보료는 크게 줄지 않아 하위 70%에 해당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 교수는 “이미 가지고 있는 세금 납부 자료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평시에 세금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지만,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더불어 세원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가지고 선별 지원 대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국립인류사박물관, 시정 요구 10개월 만에 답변.. “다른 지도는 제대로 돼 있어”

[김경년 기자]

▲  프랑스 국립인류사박물관에 전시돼있는 지도에 한국이 중국영토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있다.
ⓒ 반크 제공

한국을 중국 영토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프랑스 유명 박물관이 시정을 요구하는 한국 시민단체의 요구를 거부했다.

해당 지도 외 다른 지도에는 한국 영토가 제대로 표기되어 있고, ‘일본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라는 것이다.

사이버 외교사절 ‘반크’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관광명소 국립인류사박물관(케 브랑리 박물관)의 중국·일본 전통의상 소개 전시관 지도에 한국 영토가 마치 중국 영토인 것처럼 표기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지속적으로 서한을 보내 이의 시정을 요구해오고 있다. 

반크는 또한 이 지도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며 병기를 요구했다. 아시아 국가 전통의복 소개에 한국의 한복도 추가해줄 것도 건의했다.

그러나 이 박물관은 지난 1일 10개월 만에 보내온 공식 답변을 통해 모든 시정 요구를 거부했다.

이 박물관의 줄리엔 루소 아시아 컬렉션 큐레이터는 답변에서 “해당 지도에 한국을 중국의 영토로 표기한 사실에 대해서는 죄송하지만, 다른 큰 지도는 국경이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작은 지도들은 진열된 작품과 관련된 나라만 표기한다”고 덧붙였다.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부분은 “일본해라는 명칭이 한국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이는 국제적인 명칭”이라고 주장했다.또 한복 전시 요청에 대해서는 “과거 한국 의상들을 상설 전시관에 전시하곤 했다, 앞으로 한국 관련 전시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다.

▲  프랑스 국립인류사박물관에 전시돼있는 지도에 한국이 중국영토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있다.
ⓒ 반크 제공

연간 100만명 찾는 유명 박물관… “항의 서한 보내기에 동참을”

이에 대해 반크는 “다른 코너에는 이웃 나라의 의상이 전시되지 않더라도 그 나라와의 국경과 국가 이름은 넣어주고 있다”며 박물관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본해가 국제적인 명칭이라는 주장에도 프랑스의 권위지 <르 몽드>가 지난 2009년부터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고 있고, <르 피가로>도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한국 측의 노력으로 인해 현재 전세계 지도에서 40% 이상이 동해를 병기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기준도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크는 “프랑스의 유명 박물관에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표기를 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해당 박물관에 대한 항의 서한 보내기에 시민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지난 2006년 6월에 개관한 프랑스 국립인류사박물관은 파리의 유명 관광지인 센 강변의 에펠탑 옆에 위치해 있다. 박물관 소개 사이트에 따르면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지역의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유럽 외에서 수집된 30만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의 이름을 안다. 이 정부는 그들의 이름을 모르고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 10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64) 목사, 김학송(55)씨를 맞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 10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64) 목사, 김학송(55)씨를 맞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나는 평생 그날 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눈물을 잊지 못할 겁니다.

김학송(57)씨는 지난 2018년 5월 9일, 북한 억류 1년 만에 풀려나던 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시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한 것을 계기로 북한이 석방한 3명의 미국인(김학송·김상덕·김동철) 가운데 한 명이다.

2018년 미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서 구출한 김학송씨가 2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6명 송환 요구해야”한다며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남강호 기자
2018년 미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서 구출한 김학송씨가 2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6명 송환 요구해야”한다며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남강호 기자

“그날 아침 갑자기 짐을 싸라고 해서 ‘더 독한 곳으로 끌려가겠구나’는 생각에 두려웠어요. 저녁 7시쯤 어딘가로 데려가더니 ‘김학송은 조선인민공화국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하지만 미국의 강경한 요구에 추방한다’고 선언하고 내보냈어요. 꿈인가 싶었습니다.” 김씨 일행을 태운 밴은 평양 순안공항으로 진입해 활주로 인근에 대기중인 미 공군 전용기 앞에 멈춰섰다.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칠해져있는 비행기를 보고서야 진짜 풀려났다는 게 실감났죠. 비행기로 오르는 계단 앞에 덩치가 큰 남자가 서있더군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울고 있었어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었어요.”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눈물이 미국인 3명을 무사히 데리고 돌아가게 됐다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입국해 한 달 정도 지내고 30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인터뷰와 전화 통화를 통해 그의 얘기를 들었다.

◇새벽 2시42분에 만난 미국 대통령

“미국에 도착하니 다음 날 새벽 2시 40분쯤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기내까지 들어와서 우리 일행을 맞이했어요.”

이들을 태운 전용기는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중간 급유를 받고 알래스카를 거쳐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온통 가족 생각뿐이었어요. 알래스카에서 도착한 뒤 다시 워싱턴을 향해 출발할 때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마중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 선교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기내까지 들어와서 북한에서 풀려난 우리 일행을 맞이했어요. 미국 국민을 대신해 고국으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고 했어요. ‘당신은 영웅’이라면서 악수도 했다”며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부모·자녀 사이와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국적만 미국이지 저는 미국을 위해 한 일이 없어요. 제가 북한에 간 것도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를 위해 간 거였어요. 그런데도 미국은 저를 구출해줬어요.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요. 뒤늦게 정착한 외국 이민자이고 영어도 잘못하는데도요. 미국은 국민을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이메일이 최고 존엄 모독죄

중국 옌볜에서 태어난 김씨는 농대를 졸업한 뒤 중국 투먼시 농업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1995년 미국 방문을 계기로 신학을 공부했고 10여년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선교 활동을 하며 북한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이유식 등을 보냈다. 그는 2014년부터 평양과학기술대 농생명과학부 실습농장에서 근무하며 농업 기술을 가르치다가 2017년 5월 6일 느닷없이 체포돼 독방에 갇혔다. 한국과 중국의 지인들에게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을 문제 삼아 최고 존엄 모독죄, 공화국 비방죄 등의 혐의를 씌운 것이다.

“체포되고 39일째 되는 날에 처음으로 씻을 수 있게 하더군요. 이튿날 조셉 윤(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을 만났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조셉 윤이 저희 생사를 확인하겠다며 북한에 요구해 만나게 된 것이었어요.” 김 선교사는 “미국 정부가 우리 신변을 주목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계기가 됐다”며 “한국 정부도 북한이 억류중인 국민 6명을 접촉해 이들의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18년 5월 10일 오전 3시(한국 시각 오후 4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64) 목사, 김상덕(토니 김·59) 전 중국 옌볜과기대 교수, 김학송(55)씨와 함께 비행기에서 나와 대화하고 있다./워싱턴 포스트 라이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18년 5월 10일 오전 3시(한국 시각 오후 4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64) 목사, 김상덕(토니 김·59) 전 중국 옌볜과기대 교수, 김학송(55)씨와 함께 비행기에서 나와 대화하고 있다./워싱턴 포스트 라이브 캡처

◇”나는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6명의 이름을 알고 있다”

김 선교사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국민 6명에 대한 석방 운동을 벌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2013~2014년에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에 강제로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송환을 촉구한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현재 8만8000여 명이 동의했다. 김 선교사는 “김정욱·김국기·최춘길·김원호·고현철·함진우씨 등 6명의 국민이 7~8년째 억류돼 지옥 같은 북한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이들은 단둥과 옌볜 등지에서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을 하다 북한에 강제로 붙잡혀갔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그렇게 많이 만나고도 왜 붙잡힌 국민을 풀어달라고 하지 않느냐”며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6명의 생사를 반드시 확인해 가족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서 사살된 소식을 접하고 “정부가 월북 등 과정을 따지는 것을 보며 모든 책임을 죽은 사람에게 돌린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국가 주권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군의 기강도 국민 정서도 예전과는 너무 다르다”며 “1970~80년대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사과문을 보냈다고 정부가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정부가 김정은의 대변인인가요. 사망한 국민의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럴 수는 없죠.” 그는 또 “대통령의 친척이나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해도 정부가 이렇게 남의 일처럼 대하겠느냐”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억류 중인 6명을 구출해야 한다”

그는 “북한이 말로만 하는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진정한 사과의 뜻이 있다면 억류중인 국민 6명을 석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국민 6명을 하루빨리 석방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국민들을 석방해야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해야죠.”

김 선교사는 “지옥과 다름없는 북한에 갇혀있을 때도, 그곳에서 빠져나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늘 가족 생각뿐이었다”며 “이번에 살해된 공무원도, 지금 북한에 붙잡혀있는 6명도 가장 절박한 때에 가족들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사과의 뜻을 밝혀 명분도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왜 강제로 붙잡혀 있는 국민들을 석방하라고 북한에 요구하지 않느냐”고 했다.

언택트시대 엷어지는 효 ⑥ 부양의무제 폐지의 명암

비수급 빈곤층 노인. 중앙포토
비수급 빈곤층 노인. 중앙포토

지난해 2월 중앙일보 취재진을 만난 김정자(77·여)씨는 당시 수입이 기초연금 25만원이 전부였다. 최저생계비의 절반이 채 안 됐다. 돈을 아끼려고 컴컴한데도 불을 켜지 않았다. 방바닥이 차가웠다. 웬만한 추위가 아니면 보일러·전기장판에 손대지 않는다. 패딩을 입고 양말을 신고 살았다. TV는 하루 1시간만 켠다. 세탁기는 안 쓴다. 휴대전화가 없다. 밥과 김치 반찬이 전부였다.

김씨는 극빈층 중의 극빈층이었다. 그런데도 기초생활 수급자 보호를 받지 못했다. 소위 ‘비수급 빈곤층’이다. 기초수급자와 다름없이 가난하지만,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극빈층이다. 김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는 데다 아들·딸의 형편이 어려워 30년 가까이 기초수급자로 지냈다. 그런데 아들과 별거 중인 며느리가 3년 전 친정에서 자그마한 집을 물려받으면서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했다. 소위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린 것이다. 김씨는 “며느리는 재작년부터 아들과 별거 중”이라며 “연락도 없는 며느리의 재산 때문에 탈락한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2000년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그전의 생활보호제도와 완전히 다른 제도이다. 근로능력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다만 자녀나 손자의 소득과 재산을 따졌다. 부양의무자 제도이다. 2촌(손자)에서 부모-자식(1촌)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자녀는 따진다. 김정자씨가 밥과 김치만으로 사는 이유다.

2021년이면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제도가 완화되고 2022년에는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폐지된다. 김씨가 기초수급자로 돌아갈 수 있다. 22년만의 사실상의 폐지다.

서울 종로구 비수급 빈곤층 가정. 중앙포토
서울 종로구 비수급 빈곤층 가정. 중앙포토


기초생보제에 부양의무자 제도를 넣은 이유는 두 가지다.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한편 자녀의 부양을 강제했다. 부모는 자녀가 부양한다는 전통적인 효 사상이 깔려 있다. 부양능력이 있는데도 자식이 부양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먼저 생계비를 지급하고 나중에 자식에게 구상권을 행사했다.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그렇게 했다.

이후 오히려 부모-자식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양의무자 제도가 김씨 같은 비수급 빈곤층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집값이 오르고 사교육비에 시달리면서 자식 가구도 애 키우고 교육시키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모-자식을 빈곤하게 만든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래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왔다.

2015년 교육급여, 2018년 주거급여에 부양의무 제도를 없앴다. 생계급여는 2021년 노인·한부모 가구를 폐지하고 2022년 그 외 가구를 폐지한다. 연소득 1억원 초과 또는 부동산 9억원 초과 자녀만 부양의무를 지운다. 의료급여는 계속 유지한다.

정부가 그동안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에 선뜻 나서지 않은 이유는 첫째 이유는 돈 때문이다. 두번째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 효 사상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효 사상이 엷어져왔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부모 부양 책임이 ‘가족·정부·사회에 있다’고 답한 사람이 2002년 18.2%에서 2018년 48.4%로 크게 늘었다. 반면 가족에 있다는 응답은 70.7%에서 26.7%로 줄었다. 전체 노인 중 독거노인 비율이 2000년 16%에서 2019년 19.5%로 올라간 것도 효 약화 풍조를 보여준다.

부양의무제 폐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매우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복지전문가는 “효 약화 우려, 사회보험 사각지대, 예상 부작용 등을 고려해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며 “정부가 생계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했다고 선전하는데, 그렇지 않다. 고소득·고재산가는 유지하는데 왜 폐지라고 선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부양의무에 대해 국가의 역할을 늘리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부양의무제 폐지로 인해 효개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동방예의지국으로서 효 개념은 국민의 영역에 맡기고 국가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그동안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별적 복지를 하며 국가가 해야 할일을 부모 자식 간 문제로 방치한 측면이 있다. 부모 자식 뿐 아니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문제가 공통적이다. 그동안 이 의무를 가족에게 뒀다. 이런 방향에서 벗어나 국가의 역할을 강조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미곤 세종사회서비스원장은 “아동장려세제처럼 노인을 모시고 사는 가구에 노인장려세제를 도입하고, 연말정산에서 근로소득 공제를 할 때 노인을 모신 자녀의 공제 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효가 약화하고 있는데,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자녀의 부모 봉양을 유도해야 한다. 제도와 미풍양속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태윤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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